중경삼림











20대 내 인생의 영화 [중경삼림]을 또 보았다.
지난 크리스 마스 이브 날에도 광화문을 찾아 혼자 보았었다.
23일 일요일 함께 보기로 했던 그녀와의 약속이 펑크나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기에.....,
95년 서울 개봉한 [중경삼림]을 극장에서 여러 번 보았었고
2005년 호주 멜번에서도 볼 수 있었다.
10여년 동안 극장에서 계속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
집에 DVD 타이틀을 소유하고 있어 가끔 본 것까지 계산하면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흥겹고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져 좋다.
내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영화가 더 풍성하게 보일 뿐 아니라
나의 상황에 맞춰서 보는 게 달라짐을 느낀다.
이번에는 영화의 엔딩 부분에 왕정문과 양조위의 대사가 인상적이였다.
캘리포니아 드림을 틀어 주는 양조위에게 왕정문이 묻는다.
"언제분터 이 노래 좋아했어요?"
"익숙해져서.."
연애에 있어서, 아니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저 상태가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조급하고 여유로이 기다려 주지 못 하는 내 한계를 잘 알기에 저 대화가 아름답게 다가온 거 같다. ㅋ
2002년 홍콩 여행을 감행한 배경에는 왕가위 영화들의 배경이 넘 궁금해서 였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미드나잇 익스 프레스' 가 있던 란꽈이 펑 지역에 찾아가 보았을 정도다.
시간이 많이 흘러 영화 촬영 당시를 느낄 수 없었지만 모퉁이 길가에 한 참 동안 서서
그 공기를 느껴 보았다.
청킹 맨션에 묵으면서 수 많은 인도인과 마주치기도 했고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양조위의 집을 찾겠다고 주변을 살펴 보기도 했다.
이런 기억들이 있기에 [중경삼림]은 영화 그 이상의 기억으로 내게 다가오는 거 같다.
1년 후배인 그녀와 이 영화를 같이 본 적은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중경삼림] 하면 어렴풋이 그녀 생각이 나곤 한다.
아마도 왕가위 영화에 대해서 아는 척 하던 그 당시의 내 구라가 그녀에게 통해서 인 걸까??
음악 C.D 를 반복해서 듣듯이
내게 왕가위감독 영화는 그런 행위와 비슷한 거 같다.
[아비정전]이 개봉하기 전에 다시한번 극장을 찾아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