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가다

인생은 아름다워 _ X세대를 위한 송가

극장주의자 2022. 10.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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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일기장을 펼쳐 보는 것같이 기억 속의 일들을 재생시킨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내게 그랬다.

 

서울극장 앞에서 부르는 조조할인을 보는데

더이상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서울극장의 추억이 소환되었다.

20세기 최진실 팬으로서 내 지갑을 통채 받쳤던 날들 속

영화 꼭지딴 무대인사 및 사인회 참석을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대기했던 그 여름의 땀방울들이 되살아났다.

야간 자율 학습을 제끼고 달려갔던 정동길

그 끝에 있던 정동극장 _ 라디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

녹음하는 오픈 스튜디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늦어서 입장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거렸던 순간이

내 뇌리에서 흘렀다. 당시 초대 손님은 최진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토이 정규앨범 6집을 들으며 영화 속의 장소

그리고 과거의 시간들을 생각한다.

뜨거운 안녕

2007년 발매된 이 음반을 반복해서 들으며

내 짝사랑의 시대가 종언된 거 같다.

 

예고편을 보았을 뿐인데 

영화를 벌써 본 거 같은 기시감에 선뜻 이영화를 선택 못했었다.

하지만 내가 염두에 두지 못했던 건 

영화에 나오는 대중음악들이 아니라 그 장소들,

그곳에 내 시간이 머물고 있어 끌어 당기고 있었다.

 

청춘을 지나 삶에 지친 나에게도 빛나는 시절이 있었음을

영화는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와

그들이 찾아가는 장소들을 통해

보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최국희감독의 총천연색 키치에 열광하든

혹은 유치하다고 말할지라도

그 시대 우리를 웃고 울렸던 대중가요들과

추억속의 오래된 서울의 장소들에 얽힌 개인의 추억을 소환해

인생을 아름다워를 지지하게 만드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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