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사슴 벌레 여자 _ 서하숙, 당신은 누구십니까?

극장주의자 2022. 9. 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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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이 책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다시 <사슴벌레 여자>를 읽고 있다고 말 할때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에 이끌린 것일까 하며 알고 싶었다.

읽었던 소설인지도 모른체 읽었고

다 읽은 후에야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해 냈었던 거 같다.


소설 속에 묘사된, 서하숙이라는 인물에 친구가 매력을 느낀거 같았다.
서하숙과 친구는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점을 동경하고 있는 걸까?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하기 전, 2001년 1월의 광화문 풍경
그러니까, 스물 여덟
영화사에 다니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던
그 때의 나를 더듬어 보았다.



"우리들의 기억은 한갓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낯선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 때,
술에 취해 심야 버스에서 혼자 잠들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난데없이 이별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에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알코올에 취해 기억 못하는 순간들을 다 모으면
한 달 정도의 기간이 나올거 같다.
그 순간들의 내 모습, 행동, 말
다 내안의 또다른 '나' 거나 무의식 속의 '나' 겠지만
내가 모르는 '나' 의 모습은 낫설고 두렵다.

기억과 추억에 전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기억이 다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기억이 없다면 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드라마 <천일의 약속> 의 이서연(수애)처럼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다가 죽는 거 같다.
그리고 보면 기억과 감정
이 또한 불가분의 관계일텐데
아, 생각할수록 모르겠고 두려움만 다가온다.
 
"나 자신도 기억을 되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생각한다. 일 주
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통원 치료를 받았으며 방에 있는 책과 음반들을
반복해서 읽고 들으며 어느 순간 돌연적으로 찾아올지 모를 기억의 실
마리를 붙잡기 위해 날마다 새벽까지 몸부림을 치곤 했다. 그러나 절망
스럽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일기라도 써둘 걸
하는 막심한 후회마저 들었다."

윤대녕작가의 위 문단에서 맨 마지막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일기를 쓰고 있지만, 가끔 옛날 일기장에서 낫선 여자이름을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녀의 얼굴은 커녕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기에.....,
일기 또한, 기억이 없다면,
한 낱 재미없고 유치찬란한 기록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오랫만에 읽은 윤대녕 소설은 흥미롭긴 했지만 아쉬움 점도 있다.
이 소재는 장편의 이야기 틀 속에서 매력적이기 보다는
단편으로 함축했을 때 설득력이 높은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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