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리타]의 우연.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빌려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통화중에 요즘엔 무슨 책 읽냐고 물어 보았더니 [암리타]를 읽는다고 했다.
여전히 나도 [암리타]를 읽고 있는 중이였다.
처음에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지금 여주인공이 싸이판에서의 생활을 읽고 있다고 하니
그 친구는 자신은 그 뒷부분이라고 말하면서 신기해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난 [암리타]니까 가능했던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어둠은 계절이 바뀌는 길목의 음울한 싱그러움을 띠고 있었고,
숨쉬는 공기 속에도 꿈처럼 투명한 향기가 담뿍 실려 있었다."
이 문장에 드리워져 있는 좋은 느낌이 온 몸을 흠뻑 적셔 본다.
음울한 싱그러움,
이 따위의.....,
"그래서 일까,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면 까닭 모를 불안이
엄습하여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도 위와 비슷한 형태다.
미쳐버릴 지경은 아니고 불안이 엄습하면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해 진다.
"입으로는 얼마든지 거창한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가슴에 꼬옥 새겨 두고 싶은 문구이다.
인간관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에 분명한데 얼마나 수 없이 저지른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지.
[암리타]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기대했다.
몇 페이지 남지 않았을 때는 아까워서 다음날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을 덮기도 했다.
심지어 후반부는 삶의 지침서로 삼아야 할 만큼 좋은 부분들이 많아 전체를 다 필사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잠깐 들었다.
소설의 말미에 사쿠의 남자친구 류이치로가 [암리타] 라는 제목으로 사쿠가 겪은 일을 소설로 준비하는
대목에서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반복되고 흐르는 이야기를 떠 올렸다.
"암리타"
작가가 극중 소설가로 나오는 남자친구 류이치로의 입을 빌려 제목과 뜻을 풀이하기를,
"신이 마시는 물이란 뜻. 흔히 감로수라고 하잖아. 바로 그거.
살아간다는 것은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은 거라고, 그런 생각을 했어.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다 생각해 냈어. 좋은 제목이지. 안 팔릴지 모르지만
[티티새]를 읽어야 겠다.
그래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지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